The Genius Martial Artist Who Remembers Everything Raws Chapter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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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요동치는 물살(7)>재인당의 당주 자리는 무림맹 내에서 유우명한 꿀보직 중 하나다.

인사권이라는 적당한 권력에 특정 기간만을 제외하면 그리 바쁘지도 않고.

간혹 인사 문제가 생겨도 대부분은 각주들이 내부에서 알아서 해결하기에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도장만 찍어 주면 되었다.

그렇기에 현 재인당주는 어지간하면 임기를 재연장해서라도 재인당에 계속 남아 있고 싶었다.

이번 무림학관의 기수들을 상대하기 전까지는.

“또? 지망 원서를 안 냈다고?”

“기다려 달라고 합니다. 자신들의 단주가 어디 갈지 모르겠으니까…….”

단주?

얼토당토 않은 소릴 하는 당원의 모습에 재인당주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단주는 또 누구고?”

“진소운이 사활단주랍니다.”

“…….”

부글부글 끓던 속이 결국 폭발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무림맹 내 모든 조직의 인사를 담당하는 재인당주인 그도 모르는 사활‘단’이라니.

“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자신들은 단주가 지원하기 전까지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이것들이 진짜 미쳤나! 다들 지부로 떨어지고 싶어서 작정들을 한 거지? 하!”

“안 되겠네……. 그래, 이 새끼들 다 지부로 떨어뜨려 버려! 이 새끼들이 오냐오냐 해주니까. 아주 그냥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르지?”

재인당주는 쩌렁쩌렁하게 으름장을 놓았지만, 당원은 왠지 꼬름한 표정으로 재인당주를 바라보았다.

시선을 느낀 재인당주가 고개를 홱 치켜들었다.

“왜! 뭐!”

“그렇게 하면 다른 무각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뭔 소리야!”

“이번 기수의 인원들이 전보다 적지 않습니까.”

“그래도 본래 넉넉하게 뽑잖아!”

무림맹은 사(四)

년에 한 번씩 배출되는 학관 졸업생들로 신입 간부를 보충하기에 항시 학관의 인원들을 필요 인원보다 일 할 이상 더 뽑아왔다.

이로 인해 인기 있는 각들엔 늘 정원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렸고, 결국 무림맹에 남기 위한 새로운 경쟁이 촉발되기도 했다.

실력이 미진하거나 경쟁에서 밀린 사람들은 가차 없이 지부로 내쫓는다.

이야말로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강호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 이 사태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

“이번엔 묵림의 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아…….”

그제야 재인당주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갑작스런 전사자의 처우 방안을 논의하느라 몇 날 며칠 밤을 새워놓고는 그걸 깜빡 잊고 있었다니.

“일단 지금 무각들 중에 필요 인원들이 다 찬 곳은 백랑각밖에 없습니다.”

본래라면 백랑각에 가느니 지부로 가겠다며 뛰쳐 나가는 인원들 때문에 항시 인원이 모자라야 할 백랑각만 인원이 모두 찼다니.

전무후무한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재인당주는 뭘 어찌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을 수 없었다.

재인당주가 할 말을 잃고 허공만 바라보고 있자, 당원이 그의 혼을 다시 붙들었다.

“일단, 진소운 학관생을 설득하셔야지요.”

“……

내가?”

“당원들이 찾아가 봤지만 다 거절당하지 않았습니까.”

“하아…….”

인사 청탁에 대한 접대만 받아왔던 재인당주로선 당최 뭘 어찌해야 할지 좀처럼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더구나 이미 다른 재인당원들이 모두 거절당한 상황.

자신이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았기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이유는.

“나더러…… 태을문의 제자에게 부탁을 하란 말이야?”

사실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쉬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

당원은 썩어 들어가는 가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 아니, 감추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재인당원들은 하루하루 말라가며 당주에 대한 원망을 키워가고 있건만, 정작 당주만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전생에 이맘 때쯤 무얼 했나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게도 무림맹에 들어와 있었다.

졸업을 앞둔 계철영이, 나서서 사제들을 자신보다 먼저 무림맹에 보냈다.

자신의 생활을 조금 더 편하게 영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당시 태을문은 철검문에게 당한 굴욕으로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한 상황이었고, 계룡상단의 지원마저 조금씩 줄어들어 무림맹에서 나오는 월봉이라도 벌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팔려나가듯 내 대의 사형제들은 무림맹의 의무복무를 시작했고.‘제대로 된 훈련도 못 받았었지.’하급무사 훈련을 받던 도중 제갈소명이 갑작스럽게 암살당하며 무림맹이 발칵 뒤집혔다.

당시엔 아직 마교의 정체가 세상에 드러나기 전이었기에 그의 죽음은 결국 미결로 남았고, 이는 무림맹 내부에 극단적인 분열을 불러일으켰다.

정도회와 백도회가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칼을 겨눴고, 12봉성도 그 사이에서 등이 터졌다.

훗날에야 음양쌍마가 범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미 무림맹은 더 이상 무림맹이라 부르기도 어려울 만큼 와해된 상태였다.‘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묵림에서 이미 음양쌍마는 죽었고, 마교는 조금씩 제 꼬리를 보이고 있다.

아마 지금 똑같은 일이 벌어져도 과거와 같이 내부에서 커다란 전쟁이 일어나진 않겠지.

물론 전생과 마찬가지로 중원 곳곳에서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암투가 벌어지는 걸 보면.

제갈소명의 죽음은 그저 하나의 명분에 지나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 여기.”

상념을 깨우는 목소리에, 주루 한편에서 나를 보며 손을 흔드는 북원평을 향해 다가갔다.

“삼청무상검은 일인전승 아니었습니까? 돈이 꽤 많은가 보군요.”

무한 삼(三)

대 주루 중 하나인 금양루는 술값으로 다른 곳보다 무조건 다섯 배를 받는다.

그리고 여기로 약속을 잡은 건 다름 아닌 북원평.

“태을문의 대사형은 돈이 많기로 유명하다지? 그래서 여기로 잡았습니다. 대사형.”

시벌, 반말만 하든가 존댓말만 하든가. 하나만 할 것이지.

“늙은 사제는 영악하기 그지없군요.”

“과찬이십니다. 대사형.”

북원평이 너스레를 떠는 동안 한 남자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여기 따뜻한 수건입니다.”

다른 주루에서 어린 점소이를 쓰는 것과 달리, 이곳에선 철저한 훈련을 받은 듯 보이는 중년 남자가 시중을 들고 있다.

워낙에 이런 경험을 못 해봤던 탓인가. 왠지 몸이 간질거리는 기분이다.

어쨌든 적당한 안주 몇 개와 진한 향이 일품인 술이 나오고 술잔이 몇 번 돌아가자, 주위 분위기에도 어느새 서서히 적응이 되었다.

익숙해지니 주변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번쩍번쩍한 장신구를 차고 부드러운 옷가지를 입은 사람부터, 금은보화를 치렁치렁 박아 넣은 검과 도를 패용한 사람들.

그리고, 외적으론 과시할 것이 없지만 굉장한 기도를 풍기는 이들과 노쇠했음에도 정정한 척 보이려 애를 쓰는 사람들까지.

하나같이 평소에는 보기 힘든 부류의 인간들이 한가득했다.

“불편한가?”

북원평의 말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럴 리가요.”

“다행이군. 앞으로 자네가 상대해야 할 사람들일 테니.”

“제가 ‘상대’해야 한다고요?”

내 반문에 북원평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술잔을 단번에 들이켠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두 번째 생.

강호를 움직이는 존재들이 누구인지 안다. 어떻게 이 강호를 망쳤는지도 잘 안다.

그리고.

그걸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발악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상대?

애당초 상대할 생각 따윈 없었다.

다 쳐부숴야 할 대상들이니까.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내게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말하고 있지 않을 뿐이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짓지? 설마 자네 정도의 위치에서 그냥 묻어가는 생활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는가?”

다시금 시선을 돌려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아까는 잘 몰랐는데, 은근히 이편을 슬쩍슬쩍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의 존재가 이질적이어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내 표정이 침잠하자 북원평이 술잔을 가만히 쓸며 나직이 묻는다.

혹 다른 생각을 품은 건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답을 한다면 나 스스로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이고, 내가 바라는 바를 털어놓으면 날 미쳤다고 생각할 테니까.

“재인당주에게 들었네. 자네는 아직 이(二)

지망, 삼(三)

지망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누군가에게 들어야 할 대답이 있습니다.”

이건 무림맹주에게 보내는 신호다.

배려 때문인지 원하는 것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백랑각에 가기 위해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어야 했다.

그냥 무작정 아무 곳이나 갔다간 백랑각으로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랐다.

이는 그를 위한 행동이었다.

내 흔들림 없는 눈빛에 북원평의 얼굴도 더욱 진지해진다.

“단순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는 아니었군.”

“그렇게 생각 없이 살지는 않습니다.”

“흠……. 어쩌면 내가 오늘 자네에게 실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북원평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용서하게나. 그자들에게 진 빚이 너무 커서 말이야. 귀여운 사제의 실수라 생각해 주게.”

“늙은 사제가 애교가 많군요.”

내 말에 피식 웃던 북원평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섰다.

나는 말없이 그를 따르며 속으로 투덜거렸다.‘요즘 왜 이렇게 날 팔아먹는 인간들이 많은 거지?’주루의 건물 뒤편은 송화각과 비슷하게 정원을 꾸며놓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작은 물길이 정원 곳곳에 화수분처럼 퍼져 있었고, 전각에는 벽 대신 차양막만이 처져 있을 뿐이었다.

날씨가 많이 좋아졌다곤 하나 외부에서 술을 마시기 적당한 곳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전각 중앙에 나무를 파서 화로를 하나씩 놓아둔 덕분에 추위를 막을 뿐 아니라 운치까지 있어 보였다.

“내가 빚을 운운하긴 했지만 태을문의 속가제자로서 태을문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라 생각해 제안하는 거라네. 태을문에 몇 번 전서를 보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바쁘니 늘 자네에게 물어보라’는 거였거든. 거참, 당최 뭐가 그리 바쁘다는 건지. 쯧.”

툴툴거리는 북원평의 얼굴에 달그림자가 짙게 어렸다.

“강호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나는 그것이 ‘진짜’ 적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지 않네.”

북원평은 꽤 긴 정원길을 걷는 동안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우리는 ‘가짜’와 싸우고 있어. 하지만 그 싸움은 ‘진짜’이지. 하루가 지날 때마다 멸문하는 문파가 한 개씩은 나오고 있네.”

긴 한숨에서 그의 깊은 수심이 느껴졌다.

“사흑련이란 강대한 외부의 적이 생겼네. 그럼에도 이런 승자가 없는 그저 소모적일 뿐인 내부의 싸움이 왜 계속되는 거라 생각하는가?”

“사흑련은 무림맹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겠지요.”

오백 년의 역사 속에서 사흑련 같은 적이 없었던 게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적도, 결국은 무림맹 앞에 무릎을 꿇고 사라졌다.

그것이 사흑련이란 적을, 어둠 속에 숨은 마교라는 적을.

그저 한낱 지나가는 가랑비쯤으로 치부해 버리게 만들었다.

무림맹과 백도는 ‘오만’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환자와도 같았다.

“그래. 적을 앞에 두고도 적이라 생각하지 못하는 건, 곧 혼돈을 무방비로 맞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네. 그리고 도래한 혼돈의 물결은…… 꽤나 크게 범람할 것 같단 말이지.”

“지금 만나러 가는 사람들이 그 방비책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북원평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의 태을문이었다면 아마 이런 기회는 얻지 못했을 걸세. 어쩌면 강채석이 자네에게 물어보라 한 것은 옳은 판단인지도 모르겠어. 이 기회를 얻은 것은 결국 자네의 능력 덕이니까.”

“기회라…….”

나는 기회라는 단어를 몇 번이나 읊조렸다.

기회.

이는 사람의 마음을 본능적으로 두근거리게 하는 단어다.

그렇기에 절망이라는 놈은 항시 기회란 가면을 쓰고 사람 앞에 나타나, 쉽사리 사람들을 속이곤 한다.

그렇기에 눈앞에 주어진 ‘기회’, 그것의 본모습을 가늠하고 또 가늠해야 한다.

“들어가 보게.”

“같이 들어가지 않으십니까?”

“나에겐 아직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네.”

“삼청무상검의 전승자가 말입니까?”

“그들에게는 역근경과 태극혜양경이라는 상위 대체재가 있지 않은가.”

“기회라 말씀하신 이유가 있었군요.”

어쩐지 쓸쓸한 표정의 북원평을 뒤로하고 전각 앞에 섰다.

주렴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저절로 주렴이 양옆으로 펼쳐졌다.

주렴을 잡아당기는 장치도, 사람도 없었건만.‘허공섭물을 이렇게 쓴다?’기선제압치곤 꽤나 인상적이다.

전각 안으로 들어서자 다른 전각과 마찬가지로 중앙의 화로에서 불그림자가 요동쳤다.

나는 고개를 들어 내부를 천천히 살폈다.

화로를 중심으로 여덞 명의 사람들이 반원 형태로 앉아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 역시 그들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불편한 정적이 흐르고.

불그림자에 비친 여덞 사람의 인상이 천천히 굳기 시작했다.

“버릇이 없군.”

맨 오른편에 선 자가 입술을 엶과 동시에.

퍼엉

-기세를 퍼트렸다.

방금 전 주렴을 펼쳤던 자가 이 사람인가 보다.

지금 그 묘한 기력이 내 오금과 어깨에까지 닿고 있었으니까.

그는 고압적인 목소리로 내게 명했다.

“인사와 자기소개.”

억지로 무릎을 꿇리려 하면서 동시에 이미 빤히 알고 있을 내 소개를 요구하는 모습.

“어른을 대할 땐 그렇게 하는 거라 배우지 않았나?”

글쎄.

“대체 누구신지 몰라서 말이지요.”

나는 그들의 정체를 알아차렸지만 굳이 모른 척했다.

놈들의 이 당연한 태도가 너무 꼴 같지 않아서.

내 대답에 사내가 더욱 기세를 끌어올린다.

“머리가 좋다는 건 헛소문이었군.”

부들부들.

금방이라도 무릎에 힘이 빠질 것 같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버티며 말을 내뱉었다.

“이렇게 거만한 자세를 취하시는 걸 보니 혹시 정도회 놈…… 아니, 분들이십니까?”

어깨와 오금에 가해지는 힘의 압력이 커지며, 내 말이 맞았다는 걸 증명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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