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artial Artist Who Remembers Everything Raws Chapter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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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암습(2)>지부장이 정신을 차리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나는 그를 채근하지 않았다.

나 또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을 되찾는 데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우습게도 먼저 입을 연 건 지부장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공자님. 일에 방해가 될 뻔했습니다.”

표정이 아직 굳어 있는 걸 보니 제정신이 아님에도 사과를 먼저 해야겠다 판단했나 보다.

이 와중에 처세를 생각하다니.

확실히 하오문의 지부장 수준이 되면 다들 범상치 않은 정신력을 가지는 것 같았다.

“이해합니다.”

나는 그를 굳이 추궁하지 않았다.

전쟁이 터지면 인간성이 상실될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러니 현시점부터 효율성을 위해 인간성을 버릴 필요는 없다.

“……

이 사람은 진짜 송백풍사가 아니었군요…….”

다시금 현실을 자각한듯 믿기지 않는 얼굴로 송백풍사를 바라보는 지부장.

방금의 그 절박하게 매달리며 절규하는 모습을 보고 나면, 과연 누가 그를 송백풍사가 아니라 의심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 흉내를 내고 다녔을까요?”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무한에서 보여준 모습에 비추어 봤을 땐, 꽤나 오랫동안 준비했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송백풍사 흉내를 내고 다녔을 것이다.

기존 송백풍사의 인맥들 사이에 위화감 없이 스며든다는 건 하루 이틀의 준비로 가능한 일은 아니니까.

“그건 지부장님이 알아봐 주셔야지요.”

“아…… 그렇죠.”

아마 유령오마의 다른 넷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제갈소명의 근처에 다가가기 위해 꽤나 오랫동안 준비하고 완벽하게 자신을 숨기고 있을 터.

“그런데 진 공자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그렇게 확신하셨다면…… 왜 이렇게 시간을 끄신 겁니까?”

나는 몸이 차게 식어버린 송백풍사, 아니 오령유마를 내려다봤다.

그는 고문에 가까운 내 추궁을 견디다 못해 튀어 나왔다.

아마 재빠른 살인으로 끝냈다면 그는 결국 몸을 드러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유령오마는 전생에서도 많은 살행을 성공시켜 무림맹에 큰 혼란을 준 이들이다.

특히나 제갈소명을 제거함으로써 무림맹의 혼란을 가져온 인물.

나의 입장에선 그들의 정체를 제대로 밝혀내기 전엔, 결코 쉽게 죽여선 안 되는 이들이었다.

또한 놈들이 얼마나 독한 놈들인지 다시금 체감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

하지만 그 모든 사실을 그대로 투명하게 밝힐 순 없었다.

인간관계란 본디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을 때 가장 건전하게 유지가 되지 않던가.

하오문 무한 지부 지부장과 나 역시, 딱 이 정도 거리가 좋았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혹여나 다른 넷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랬군요.”

“하지만 결국 나오지 않았네요.”

“네.”

지부장은 얼굴 피부가 벗겨져 기괴하게 변해버린 송백풍사의 시신을 멍하니 바라봤다.

“일단은 송백풍사의 죽음은 불문에 부쳐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나머지 이들을…… 확인하시려는 겁니까?”

앞서 송백풍사에게 언급한 대로 놈을 쫓았던 흔적은 완벽하게 지웠다.

누군가 그의 실종을 두고 곧바로 죽음을 의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죽음의 단초를 나와 연관시키는 자가 있다면, 송백풍사가 우리가 모르는 사이 동료에게 흔적을 남겼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흔적을 찾아낸 존재가 있다면.‘그놈이 바로 범인이다.’내가 침묵으로 대답하자, 지부장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커질 것 같아 인근 지부의 인원들을 최대한 끌어모았습니다. 작은 소문이라도 퍼지기 시작한다면 곧장 알려 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뒤처리를 맡기고 돌아가려는 찰나.

“진 공자님…….”

지부장이 뭔가 우물쭈물한 기색으로 머뭇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흠……. 사실 정보상으로서 드려선 안 되는 불확실한 정보이기에 전달하지 않으려 했습니다만…….”

지부장이 슬쩍 송백풍사를 한번 쳐다보고는 말을 잇는다.

“그냥 말씀드리고 진 공자님의 판단을 받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내가 보지 못했던 명단을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송백풍사가 무한에 들어서기 전에 만났던 인물들입니다.”

강서에서 호북에 오기 전 들렀던 객잔이나 주루 등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기에 따로 보고 드리지 않았는데……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는 걸 보니 알고 계시는 게 나을 듯하군요.”

나는 명단을 쭉 훑어보며 물었다.

“혹시 이 중에 무한에 들어온 사람들도 따로 정리되어 있습니까?”

“그건 없습니다.”

명단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이름들이 들어왔다.

잠사서생 덕훈최화수사 감응보팔비월도 방사원앞선 두 사람은 백도의 인물이고 마지막 방사원은 강서성에서 이름 날리는 낭인이다.

나는 얼른 세 사람을 지목했다.

“이들이 지금 무한에 들어와 있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들은 비교적 신분이 확실한 사람들인데요.”

물론 여태껏 신분을 감출 수 있는 후보군에는 들어가지 않았던 이들이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이들에겐 중대한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지금으로부터 일 년 이내에 죽거나 종적이 묘연해진다는 것이다.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 나중에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나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송백풍사의 일로 신뢰가 생긴 건지 지부장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빨리 움직이겠습니다.”#하오문의 문도들이 세 사람을 찾고 있는 사이.

나는 대장간에서 철검 하나를 고르고 평범한 푸른색의 무복과 두건을 사서 갈아입었다.

세 사람의 신분이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출신이 아닌 걸 확인한 이상,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유령오마를 구분할 순 없었다.

그렇게 무한 지부에서 지부장과 기다리고 있는 사이 첫 번째 용의자를 찾아냈다.

“팔비월도 방사원이 객잔에서 나왔답니다.”

“어디입니까?”

“초월장원입니다.”

초월장원이라면 이전에 초월루라는 주루가 자리하던 곳.

초월루는 가운데에 연못을 두고 복층 전각 여덟 개가 모여 있는 형식의 고급 주루였다.

“초월장원에 갔답니까? 이 시간에?”

번화가에서 벗어난 그곳은 한때 고관대작과 무림의 고수들이 많이 드나들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망한 뒤 텅텅 비어버렸다.

이후로 상방, 표국 등이 들어서기도 했지만 어떤 업종도 일(一) 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

지금은 방치된 채 폐허가 된 그곳엘 간 이유가 무에 있을까.

“가봐야겠군요.”

“사람을 붙일까요?”

“거리를 두고 지켜보라고만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나는 하오문 무한 지부를 나와 재빠르게 움직였다.

길거리를 빠르게 지나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지붕에 올랐고, 그 이후로 천하독행신을 전력으로 펼쳐 초월장원으로 향했다.

붕, 붕, 붕.

귓가로 부서지는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초월장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귀식행보를 펼친 채로 초월장원의 지붕 위를 천천히 걸었다.

사람이 텅 빈 초월장원은 산속의 풍경보다 더욱 을씨년스럽다.

장원 가운데 놓인 연못을 중심으로 물이 흐르는 수로에서는 비릿한 냄새가 풍겨 나왔고,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풀벌레의 소리가 스산한 기운을 더욱 돋우는 듯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원의 중앙에서 연못을 바라보며 홀로 술을 마시고 있는 방사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꿀꺽 꿀꺽 꿀꺽.

“크으.”

술병에서 입을 뗀 방사원이 거칠게 입 주변을 닦았다.

그러곤 옆에 펼쳐 놓은 육포 조각 하나를 입에 넣어 질겅질겅 씹었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술병 하나를 다 비우고, 두 번째 술병을 또 다 비워 갈 때까지.

방사원은 아무 말 없이 이끼가 가득한 연못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술병이 다 비워질 때쯤.

“언제까지 쥐새끼처럼 숨어 있을 생각이지?”

내 예상대로 방사원이 나를 알아챘다.

나는 침묵을 유지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시치미 떼고 있으면 모를 거라 생각했나?”

그가 내 쪽을 정확하게 바라볼 때까지.

챙강.

방사원이 거칠게 술병을 내던졌다.

그러곤 내 쪽을 정확하게 응시하며 월도를 뽑았다.

“나오지 않으면 머리통을 터트려 죽이겠다.”

나는 귀식행보를 거둬들이고 내공을 끌어올리며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동시에 옥청천상력을 끌어올려 비룡조를 녀석에게 쏘아냈다.

쐐액

-삼엄한 속도로 날아가던 비룡조가 허공에서 비도와 부딪친 후 바닥에 박혔다.

“뭐 하는 짓이냐!”

휘잉.

나는 비룡조를 거둬들이며 말했다.

“너는 정체를 숨기는 실력이 송백풍사보단 떨어지는 놈이구나.”

“뭔 개소리……!”

“방사원은 월도를 쓰는 낭인이다. 어떻게 ‘형’의 다름만 가지고 은신을 알아차릴 수 있지?”

귀식행보를 전수받을 때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이야기가 ‘감’과 ‘형’이다.

기감에 잡히지 않는 건 하수, 형태로도 잡히지 않아야 고수라 말했다.

일부러 귀식행보를 쓰며 눈에 띄는 청색의 무복을 입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

유령오마라면 모를까, 한낱 낭인인 방사원이 이 어두운 장원에서 ‘형’의 이질감을 잡아낼 수 있을 리 없을 테니까.

정적은 짧았다.

곧 놈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마기가 피어올랐다.

“그래, 차라리 좋다.”

나는 태을팔만신보를 펼쳐 녀석의 뒤를 잡았다.

녀석은 방사원의 주력 무기인 월도를 버리고 품에서 비도를 꺼내어 휘둘렀다.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가는 비도.

동시에 놈은 뒤로 물러서며 비도 두 개를 날렸고, 나는 재빨리 소천검법을 펼쳐 비도를 막았다.

다시금 비룡조를 쏘아내어 녀석의 발목을 잡아챘다.

콰당.

놈이 바닥에 자빠진 순간.

비룡조를 있는 힘껏 끌어 올려 녀석을 다시 한번 바닥에 패대기쳤다.

퍽!

하지만 동시에 놈이 반탄력을 이용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게 유령처럼 다가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二) 장 거리의 있던 이가 눈앞에 나타났고, 검강을 두른 중도로 목을 치려 한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목이 잘릴 상황.

나는 얼른 오른손을 들어 중도를 막았다.

챙.

“……!!”

검강이 깃든 중도가 손과 목을 잘라야 했건만 그러지 못하자 놈의 눈이 부릅떠졌다.

아주 볼 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놈을 향해 씨익 웃어 주었다.

“포식갑이라고 아나?”

놈이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순간, 녀석의 목을 틀어쥐고 청룡환을 발동시켰다.

우웅우웅.

비룡조 사이로 청색의 불빛이 번쩍하더니 놈의 몸에서 힘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커어억 커어억…….”

순식간에 말라가는 놈의 몸과 달리 녀석의 얼굴은 아직도 탱탱하다.

이것이 곧, 제 몸의 기운과 상관없는 인피면구를 쓰고 있다는 증거.

나는 녀석을 바닥에 내팽개친 채, 녀석의 단전에 철검을 내리꽂았다.

-“다른 세 놈은 어디 있지?”

끄어억.”

송백풍사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기혈을 뒤틀어 버렸다.

단전이 부서지는 고통과 함께 기맥이 뒤틀리며 방사원이 울컥 핏물을 쏟아냈다.

“우웩.”

그러나 여전히 묵묵부답인 오령유마.

“말해라. 나머지 세 놈은 어디 있지?”

“천마강림…….”

나는 곧장 주먹에 기를 둘러 녀석의 정강이뼈 두 개를 박살 냈다.

퍽, 퍽.

양쪽 다리가 썩은 나무처럼 너무나 쉽게 가루가 되어 버렸지만, 놈은 비명 하나 지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퍼펑 퍼펑.

녀석의 양손에서 장력이 쏘아져 나왔다.

귓불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간 장력이 허공에서 터져 나간다.

마기에 깃든 독기가 벌써 몸에 침투하려는지 귓가가 아릿하다.‘분명 단전을 부쉈는데.’재빨리 놈을 돌아보니 놈의 피부가 시뻘게져선 온몸의 핏줄이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있었다.

빌어먹을 마공.”

이윽고 녀석의 양손이 모아지며 거대한 장력이 쏟아진다.

퍼펑!

급하게 몸을 피했지만 장력의 영향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무복은 산산이 녹아버렸고 안에 받쳐 입은 천잠보의만이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말 빌어먹게도 개 같은 마공이…….

슥삭슥삭.

기이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하, 씨바.”

놈이 스스로 박살 난 종아리를 잘라내는 광경이 보였다.

빠드득.

놈의 행태에 기가 죽을 것 같아 이를 악물었다.

놈이 피가 줄줄 흐르는 다리로 바짝 서는 순간.

놈을 향해 만해천지검결을 펼쳤다.

촤르르르르.

만검 네 자루가 형성되며 움직이기 시작하고, 사방은 황금색의 검기로 대낮처럼 밝아지기 시작했다.

양손에 비도를 든 채 잘린 두 다리를 움직여 처절하게 내 쪽으로 다가오려던 방사원은.

이내 자신을 곧 집어삼킬 듯 휘몰아치는 만검의 무리를 보더니 초연히 읊조렸다.

“신교의 시대가 온다. 네놈들은, 지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놈의 몸이 만검의 무리 속에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

검기의 폭풍 속에서 몇 번이나 마기가 터져 나오고, 잠시간은 만검을 집어삼킬 듯 그 기운이 용솟음쳤지만.

쿠콰콰콰콰콰콰콰콰.

결국 놈은 만검 속에서 한 줌의 핏물로 산화되어 사라졌다.

장원 내에 그가 있었음을 알려 주는 흔적은.

-스스로 잘라낸 다리와 육포 조각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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