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artial Artist Who Remembers Everything Raws Chapter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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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암습(6)>콰콰콰콰쾅!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우린 서로 눈이 마주치자마자 외전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떤 상황인지 무슨 일인지 예상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발을 놀렸다.‘담악의 생사부터 확인해야 해.’담악이 공격당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유령오마와 천살단의 잔당들이 임무 실패로 패악질을 부리기 위해 외전을 공격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 별일 아닐 수도 있다.

천살단이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그들의 근본은 암살자.

이미 경계심을 바짝 올린 무림맹의 수많은 고수들을 정면으로 상대할 수 있을 리 만무하…….

콰콰콰콰쾅!

불온한 폭음이 연이어 들려온다.

애써 낙관적으로 바라던 것들이 산산이 모래처럼 부서진다.‘시발. 그래,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긍정적이었다고.’예상할 수 있는 상황은 두 가지다.

첫째는, 제갈소명 암살에 실패한 천살단의 잔당들이 뭐라도 해보려고 담악을 암살시도한 것.

지금 무림맹에서 담악이 죽는다면 무림맹과 사흑련은 다시는 서로 함께할 수 없을 테니까.

아니, 나아가 사흑련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림맹과 일전을 벌일 것이다.

사흑련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면 무림맹과의 전쟁보다 더 좋은 명분은 없으니까.

같은 분란을 야기할 테지만, 두 번째는 더 위험하다.‘애당초 담악이 목표였을 수도.’전생의 이 순간엔 사흑련도 없었고, 사흑련의 총군사인 담악도 무림맹에 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담악이 무림맹에 와 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제갈소명이 아닌 담악을 노려볼 수 있지 않겠는가.

외전은 상대적으로 경계도가 낮으니까.‘설마…… 칠마지군 중 하나가 온 건 아니겠지.’콰콰콰콰쾅!

연이어 터지는 폭음이 불온한 기분을 들게 만든다.

나는 외전으로 달려가는 주위 맹원들을 빠르게 앞질러 달렸다.

그 순간.

탁탁탁탁.

뒤에서 재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고개를 돌려 보니 청록색 장삼의 당서희가 쫓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쟨 또 왜…….’밉살맞은 용소아의 모습도 보였고.‘어떻게 쫓아오는 거지?’내가 전력으로 달리고 있진 않다 해도, 당가와 무당의 무공으론 천하독행신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할 텐데.

원리는 알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은 어찌어찌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예전에 모용강이 기의 폭발을 사용했던 때가 떠올랐다.

천재들은 다들 각자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법칙을 거스르는 존재니까.

전생에 절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제갈소명 암살에 성공한 놈들도 저들과 같은 종류의 인간이었다.

만약 담악에게 와 있는 놈이 그런 종류의 인간이라면?‘너무 늦지 않아야 해.’내공을 더욱 끌어올려 외전으로 더욱 빠르게 달려갔다.

외전에 다다르자 수십에 달하는 맹원들이 그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멈춰라!”

삼엄한 경계 태세에 검까지 뽑아 들고 있는 이들.

나는 곧장 그들 앞에 멈춰 섰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넌 누구지?”

“태을문의 진소운입니다.”

내 자기소개에 남자의 눈썹이 일순 꿈틀거렸지만 그뿐이었다.

“……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인해 전각 일부와 정원이 날아갔다.”

전각과 정원이 날아갈 정도의 폭발이라니…….

아무리 마교라 한들, 이런 과격한 수를 쓴다고?

“안으로 들어가 봐도 되겠습니까?”

“침입자가 있을지 모른다. 이곳 봉안전은 통제되었다.”

외부에서 온 손님들이 기거하는 곳이지만 실상 담악과 사절단의 방문으로 다른 이들은 송화전에 머무르고 있다.

즉, 지금 봉안전에는 담악의 일행만이 있을 터.

이들의 안위를 먼저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들을 지나쳐 들어가려 하자 사내가 몸으로 길을 막아섰다.

“안에서 어떤 큰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에 대해 책임질 수 있겠느냐!”

“…….”

나를 가로막은 무사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당서희와 용소아가 조금 늦게 당도했다.

이어 저 멀리서 외전을 향해 달려오는 무사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왜 안들어 가고 있는 것이야?”

“통제되었다고 하는군요.”

“통제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 것이야?”

당서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금 전에 사고가 터졌는데 벌써 통제되었다는 것이야?”

당서희가 질문했지만 답하는 이는 없었다.

그러다 용소아가 앞으로 나서자.

스윽

-우리를 막아서던 무사들이 하나둘 옆으로 비켜나기 시작했다.

“들어가도 되나 보군.”

나는 왠지 더러운 기분에 인상이 쉽사리 펴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그들을 지나쳐 봉안전으로 들어서자마자 비릿한 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원인은 한쪽에 장식되어 있던 연못.

방금 전의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되고 뒤집어졌던 탓이었다.

물 밖으로 튕겨 나와 뻐끔거리는 붕어들도 보였다.

시선을 봉안전으로 돌리니 봉안전 일부가 완전히 날아가 버린 상태였다.‘……

이 정도라고?’그때, 봉안전을 지키고 섰던 무사들이 맹원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무사들이 맹원들에게 보고하는 내용을 옆에서 함께 들을 수 있었다.

“피해는? 피해는 얼마나 되는 거지?”

“번을 서던 무사 둘이 공격을 당해 기절했습니다.”

“사절단의 인원들은?”

“아직 피해 규모가 파악되지 않습니다.”

“파악이 안 된다니?”

“사체가 두 구 나왔는데 호위의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인원들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당최 그게 무슨 소린가!”

답답해하는 맹원의 다그침에 무사가 입을 열기 전 용소아가 먼저 답했다.

“저것 때문이군.”

용소아의 시선은 봉안전 뒤편의 작은 전각으로 향해 있었다.

전각이 있던 자리엔 검은 안개 같은 것이 사방을 빙둘러 감싸고 있었고, 이곳이 본래 전각이 있는 자리임을 알려주는 건 높게 치솟아 겨우 드러난 지붕 일부뿐이었다.

“사고가 터진 즉시 저 검은 안개가 생겼고, 다른 사절단의 인원들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마 저 안에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맹원들 몇이 근처로 다가가 진식 안에 대고 소리를 질러보았다.

하지만 검은 안개에 둘러싸인 진식 안에선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무림맹의 총군사가 암살 위협에 노출되고 사흑련의 총군사가 진식 안에 제 몸을 숨겨 버렸다.

이 사상 초유의 사태에 사람들은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무림맹 습격.

이번 무림맹 초유의 사태는 상상하지 못할 결말로 끝났다.

봉안전 추가 습격.

하룻밤 동안 연달아 터진 두 번의 습격은 무림맹을 넘어 무한 전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도록 만들었다.

제갈소명이 비상사태를 해지하라고 했으나 내전을 비롯한 외전을 담당하는 모든 무사들이 긴급출동하여 다시금 대열을 정비하며 경계를 세우고, 대기하고 있던 무각들 또한 모두 출동해 있었기 때문.

모두 바짝 긴장해 있었다.

비상사태를 해제했지만 사실상 최고 경비 태세였음에도 무림맹의 보안이 뚫렸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날이 밝는 즉시 무림맹은 흉수의 증거를 찾기 위해 제갈소명의 처소와 봉안전 일대를 낱낱이 조사했다.

더 나아가 천목각을 비롯한 정보부서들 모두가 일제히 거리에 나서 무한 전체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평소라면 나른하게 적선이나 받던 개방의 거지들이 깡그리 사라졌으며, 무한의 객잔과 주루마다 조사관과 무사들이 방문하여 연신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갔다.

이에 영향을 받아 주루와 유곽은 영업을 정지했고, 객잔도 늦은 밤까지 술을 팔지 않았다.

그야말로 숨죽이듯 보름이 지나간 것이다.

하지만 보름간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누가 습격했는지에 대한 실마리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사이 제갈소명과 사절단에 대한 습격 소식은 머나먼 사흑련까지 전달되었고, 사흑련은 사실 확인과 사절단의 안위를 묻는 공문을 무림맹에 보내왔다.

잘못하다간 사흑련과 무림맹 간 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는 이 공문에, 피해자 중 하나였던 제갈소명이 맹주전을 찾았다.

“몸은 괜찮습니까?”

혁무강의 물음에 제갈소명이 별것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 늙은이 몸이 중요하겠습니까.”

그런 말 마시지오. 제가 얼마나 놀란 줄 알고 있습니까?”

“저도 농담 삼아 한 말이 아닙니다. 지금은 제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두 사람의 신변잡기식 대화는 평소보다 빠르게 끝나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섰다.

“사흑련에서 온 공문. 어찌 답해야 할까요?”

평소 제갈소명은 주로 대답을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조차도 혁무강에게 질문을 해야 했다.

제갈소명이 재차 물었다.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산서성, 중경성, 강서성, 광서성 일대에서 흑도 방파들의 불온한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겠지만, 최악의 경우엔 그 인원들이 모두 무한으로 몰려올 상황도 가정해야 한다.

혁무강이 침음을 흘리며 총군사를 쳐다보았다.

봉안전 내부에선 아직 대답이 없습니까?”

무언가 새로운 소식을 간절히 바랐지만.

“없습니다.”

그 기대는 조용히 무너졌다.

“흐음…….”

사건이 일어나고 그다음 날부터 무림맹은 쉬지 않고 봉안전에서 발동된 진식 안으로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하지만 검은 안개 안에선 아무런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보름이 지나가는 지금, 과연 안에 있는 이들이 살아는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

“해진은 안 됩니까?”

“세가에서 굳이 진법가를 불러오지 않아도 맹에 있는 이들의 수준은 이미 강호 일절입니다. 그들이 해진하지 못한다면 그 누가 와도 단시간에 해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부수는 거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죽겠지요.”

이 말도 안 되는 방안을 굳이 언급했던 건 그만큼 제갈소명 또한 답답하기 때문이었다.

사흑련의 공문에 답을 하기 위해선 담악의 생사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담악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

“담 군사를 노린 흉수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겁니까?”

제갈소명의 흉수는 얼추 파악이 끝났다.

그들의 수법이나 그들이 사용하는 기운.

중원에서 잘 사용하는 철의 성분까지.

그렇기에 더욱 답답해진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담악의 처소를 습격했던 이들을 추론할 만한 어떠한 단서도 없었다.

맹주는 불편한 진실을 겨우 입밖으로 꺼내었다.

“담 군사가…… 흉수를 우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담악은 제갈소명의 습격 사실을 모를 것이기에 그로선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진법 내부에서 그런 오해를 계속해서 쌓고 있는 거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일은 더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저라도 알 수 없는 확률에 도박을 걸기보단 확실한 방안을 준비하는 쪽이 낫다 생각했겠지요.”

“스스로 나올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런 각오라면 아마 나오지 않을 겁니다.”

“큰일이군요.”

맹주전에 고요히 침묵이 내려앉고, 고민을 하던 혁무강이 이내 결단을 내렸다.

“일단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답변을 하도록 하지요.”

“그런 면피성 강한 이야기로 해결이 되겠습니까?”

“별수 없지 않습니까. 지금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그저 위기를 모면하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제갈소명은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일단 진식 안으로 음식과 물자들을 부족하지 않게 넣어 주십시오.”

혁무강이 말을 이었다.

“최소한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담악이 멀쩡하게 살아 돌아와야 휴전을 할 수 있을 테니.”

예상치 못했던 전쟁이 한 걸음 성큼 코앞으로 다가왔다.

혁무강과 제갈소명 두 사람은 강호의 최고 자리에 오른 이후로, 지금만큼 스스로가 무력하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당가에서도 전해오길, 흑도 방파들의 무기 구입량이 늘었다는 것이야.”

당당하게 당과를 먹는 당서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 소식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사천까지 갈 필요도 없지요. 호북 일대에서도 철검 값이 급격하게 치솟았으니까요.”

멈칫했던 당서희가 다시금 당과 하나를 입에 쏙 넣고 우물거린다.

“어쩌면 사흑련과 무림맹 간에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야.”

“그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고요.”

“그걸 알려주려고 오신 겁니까?”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당서희가 바락 분노했다.

“다른 당과집은 모두 문을 닫은 것이야!”

“살 떨리는 분위기 속에서 누가 장사를 하고 싶겠습니까?”

나는 진 후배의 당과를 먹을 자격이 있는 것이야.”

“진정한 협객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건데요?”

당서희가 흠칫 놀라며 손에 든 당과를 바라봤다.

격하게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인생 최대의 갈등을 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나는 그만 놀리기로 하고 당과 접시를 앞으로 밀어주었다.

“진정한 협객이시니까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마음 놓고 드시지요.”

“저, 정말인 것이야?”

“네. 앞으로도 계속 홍가 당과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공짜로.”

가, 감동인 것이야.”

당서희는 당장에 눈물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렇게 당과를 네 개쯤 먹었을 때 당서희가 우물거리며 말했다.

“진 후배도 나오게 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야?”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담악의 생사 여부와 진식 내부의 상황이다.

그곳의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그쪽에서 바라지 않는 이상은 나올 수가 없겠지요.”

“근데 조금 이상한 것이야.”

“뭐가 말입니까?”

당서희가 볼을 꿀렁거리며 태연하게 툭 내뱉었다.

“봉안전 일대의 무사들을 말하는 것이야. 평소 번을 서는 것치고는 숫자가 너무 많은 것이야.”

사실 이부분에 대해선 나도 당서희와 마찬가지로 큰 의혹을 품고 있었으나 쉽사리 입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때 마침 무림맹에 비상이 떨어졌던 때 아닙니까. 우연이겠지요.”

“아무튼 사흑련의 총군사가 나서지 않으면 큰일이 벌어질 것이야.”

“어떤 큰일이요.”

설마 무림맹과 사흑련의 전쟁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는 건가?

언제 이렇게 성장했…….

“홍가 당과를 먹을 수 없는 것이야.”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야?”

“아닙니다. 더 드세요.”

사실 당서희 말은 아주 중요한 지점을 담고 있었다.

전쟁이란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든 기반을 부수고 일상을 멈추게 만든다.

그러니 홍가 당과를 위해서라도 전쟁이 일어나는 걸 방치해서는 안 된다.‘하지만 딱히 방법이 없으니.’그렇게 당서희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누군가 방문해 숙소 바깥으로 나왔다.

그곳엔 당서희보다 조금 더 큰 키의, 점소이로 보이는 소년이 작은 보퉁이를 들고 있었다.

“아, 혹시 흑염룡 대협 되십니까?”

아닌데.”

“네? 아니시라고요? 분명 무림학관 대표 기숙사에 가면 계신다고 들었는데?”

씨바, 누구야. 누가 그랬어.

“혹시 진소운을 찾아온 건가?”

“네!”

“그럼 내가 맞아.”

“네?!”

점소이가 뭔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나를 응시했다.

“진소운이면 내가 맞는데 흑염룡은 내가 아냐.”

아, 그러십니까?”

점소이는 어쩐지 영업적인 말투가 되어선 내게 보퉁이를 내밀었다.

“진소운 대협께 주문된 물건입니다.”

“나한테?”

“네. 자신이 돌아오면 배달을 하지 말고 자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배달을 하라 했던 이상한 손님이셨습니다.”

“누군데?”

“그건 모르겠습니다. 신분을 밝히지 않으셨거든요. 그 안에 쪽지가 있을 겁니다.”

점소이가 건넨 보퉁이를 받아 들어 숙소 내부로 돌아왔다.

당과를 먹던 당서희는 보퉁이의 내용물에 관심을 가지다가 이내 술 몇 병과 안줏거리가 있는 걸 보고는 흥미를 꺼버렸다.

나는 내용물을 확인하곤 곧장 쪽지를 찾았다.

두루마리처럼 둘둘 있던 것을 풀자, 손바닥 두 개 넓이의 가죽에 빼곡한 숫자들(一, 二, 十……)

이 적혀 있었다.

당서희가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 나열들을 보더니 물었다.

“그게 무엇인 것이야?”

물론 나도 이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고.

숫자 또한 나란히 쓰여 있는 것이 아니라 제멋대로 띄엄띄엄 적혀 있었으니까.

그러다 문득 무량불괴멸혼진이 떠올랐다.

무량불괴멸혼진의 생문과 사문은 산술적 계산으로만 이루어져 있었으니까.

두루마리를 탁자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이거 왠지…….

“아마도 전쟁을 막을 단서 같습니다.”

무슨 말인 것이야?”

나는 당서희에게 술에 손대지 말라고 당부하곤 숙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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