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artial Artist Who Remembers Everything Raws Chapter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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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적 복수>마교에게 강남이 싸그리 털리고 남부의 백도 문파들이 숟가락과 젓가락, 금은보만 챙겨 소림사로 피신했을 때쯤으로 기억한다.

반파의 반파가 되어버린 무림맹에 더 이상 남아 있는 학사들은 없었다.

대부분이 월봉을 포기한 채 느린 걸음으로 야반도주를 시도했고.

그나마 머리를 굴릴 줄 알았던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대가리에 돌밖에 들어 있지 않은 자들이 노나 먹으며 저들끼리 으스대었다.

높은 자리에 멍청한 놈이 앉으면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법.

계속되는 원성과 폐해에 결국, 책임질 생각조차 없던 권력자들은 자신들이 장난삼아 차지한 자리를 다시금 내놓는 것으로 상황을 무마했다.

그렇게 가장 큰 기둥이 부서진 무림맹은 얄팍한 지지대로 기우뚱거리며 지붕만을 버티는 쓰러지기 직전의 폐가나 다름없는 꼴이 되었고.

가뜩이나 무력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마뇌의 전법과 전술을 상대할 전략가마저 없어 더욱 빠르게 멸망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그때, 담악이 나타났다.

모든 학사들이 도망갈 때, 홀로 이 혼란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북경의 황실에서 일하던 그는 부귀영화와 무소불위의 권력을 버려둔 채 무림맹으로 왔고.

혼자서 다른 이들의 열 배의 일을 해가며 무림맹을 재건하고 작전을 수립했다.

더 나아가 마뇌를 상대하는 전략과 전술을 개발하여 무너진 둑처럼 쏟아지는 마교들을 틀어막았다.

그가 온 뒤로 하급무사들의 사망 명부가 훨씬 얇아졌다.

시체를 치우는 시간보다 싸우는 시간이 더 길어졌고, 슬픔을 나누는 시간보다 썰렁한 농담을 툭툭 던지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런 일상마저 소중할 수밖에 없는 시절이었다.

그리고 소소하지만 만족감을 느끼는 일상이 지속되던 어느 날.

소피를 보기 위해 소정대를 나왔던 나는 주둔지를 벗어나 휘청거리며 밤길을 걷던 담악을 만났다.

작전을 수립하는 총군사를 만났다는 생각에 내 몸은 뻗뻗하게 굳었다.

더구나 이 사람은 우리를 구원한 영웅이었으니까.

헌데 일면식도 없었던 그가 다짜고짜 내게 물었다.[강호란 원래 이런 곳이오?]

그의 상황을 모르기에 어떤 의도로 한 질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흔들리는 촛불처럼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듯 위태로운 그의 상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는 정신적 탈진이 난 목소리로 물었다.[이리도 무용한 이유로 목숨을 버리고, 이리도 무용한 이유로 싸움을 하는 곳이오? 강호란…… 그런 곳이오?]

마교의 살육에 스승과 동료를 잃은 슬픔을 감당하기 위해 강호에 투신했던 그는, 본래 자신이 품었던 동기마저 잃어버린 듯 공허한 눈으로 내게 물었다.[다들…… 대체 뭘 위해 이러는 것이오?]

나는 그의 질문에 답할 수가 없었다.

애당초 나 또한 모르는 것이었으니까.

더구나 나는 그와 달리 의무로 인해 끌려온 사람.

그저 나는 이 영웅이 이대로 쓰러지지 않기를 바랐다.

이 피 흘리는 영웅이 무너져 내리면.

동료가, 내가, 죽을 테니까.

그가 조금 더 버텨주길조금 더 고통을 감내해 주길 바랐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강호란…….]#“……

후배!”

“…….”

“진 후배!”

옷자락을 당기는 당서희를 바라보자 그녀가 백옥 같은 미간을 찌푸린다.

“뭐 하는 것이야. 정신을 차려야 하는 것이야.”

왜 갑자기.

전생의 담악에게 내뱉었던 바보 같은 말이 떠올랐을까.

왜 복수심에 불타는 현재의 그를 보고, 불 위를 걷듯 위태로웠던 전생의 그가 떠올랐을까.

나는 얼른 고개를 털어내었다.

“정신 차렸습니다.”

당서희는 게슴츠레 나를 보다 이내 진식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스르르륵손목 부분만 사라진 상태가 어느 정도 지속된 후.

당서희는 빈 자개병 세 개를 다시금 품에 넣었다.

“나가도 되는 것이야.”

진식 밖의 사람들은 시간이 멈춘 듯 딱딱하게 굳어 있다.

당서희의 말로는 잠깐 기절했다가 깨어나는데, 망각초 덕분에 기절했다는 것도 잊어버린다고 한다.

나도 망각초를 먹으면 기억을 좀 잊을 수 있으려나?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뒤를 돌아 봉안전을 바라보았다.

선명한 검로와 파괴된 전각에 남은 장력의 흔적.

이런 뚜렷한 흔적들이 판을 침에도 증거가 결국 발견되지 않았다고 공표된 이유는 너무나 자명했다.‘범인과 조사관이 한 몸이었으니.’총군사의 흉수를 밝혀내지 못한 것이 그들에겐 신의 한 수가 되었으리라.

아마 총군사가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맹원들의 조사로는 백 년이 가도 결국 담악의 습격자는 밝혀낼 수가 없겠지.‘총군사가 직접 나선다고 해결될 수 있을까?’나에게 그랬듯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행태는 용납받지 못할 것이다.

담악의 사람이 죽었고, 그는 그 죽음의 무게를 무림맹과의 친교보다 더욱 무겁게 느끼고 있으니.‘병신들…….’바꿀 수 없는 과거를 상기하며 욕지거리를 해봤자 아무런 해결이 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어떻게든 찾아내는 것뿐.

천기를 먼저 숙소에 데려다주었다.

“형님…….”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지만 꾹 참고 있는 듯한 얼굴.

대신 녀석은 갑자기 내 품에 푹 안겼다.

“어떤 선택을 하시든…… 형님을 따르겠습니다.”

어째서 이리도 똑똑한 녀석이 배려심까지 좋은 것일까.

나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굳이 삼키지 않았다.

“들어가거라.”

제갈천기가 들어간 뒤, 이제 당서희와 함께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포옥

-당서희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품에 안겨 왔다.

뭐야, 이 지푸라기는 또 왜 이래?

“뭐 합니까?”

“잘 선택해야 할 것이야. 이건 보통 일이 아닌 것이야.”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 배어 나오는 음성.

나도 피식 웃음이 흘러나온다.

“알고 있습니다.”

품 안에 챙겨온 당과가 없어, 대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당서희는 기분이 좋은지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었다.#담악의 생존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무림맹은 여전히 신경을 곤두세운 채 조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로 인해 하루에도 수십 명에 달하는 무고한 사람들이 집행각을 들락거렸다.

그중엔 몇 번이나 집행각에 불려갔던 이들도 있었다.

봉안전과 외전 일대에서 경계를 서던 이들.

하지만 그들 중에 고초를 겪었거나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다루에 가서 차를 마시고 온 듯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항시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그런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을 때쯤.

무림맹에 긴급 전서가 전달되었다.

“산서성 태원 지부가 지금 흑도 무림인들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태원 지부 일대에 모인 오백 명의 사흑련도.

완전 무장을 갖춘 채 돌격 준비를 하듯 태원 지부을 둘러싼 그들은 어떠한 미동도 보이지 않은 채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전 포고를 한 것도 싸움을 건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시위를 하는 등 소란을 일으키지도 않았지만.

그저 집결해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태원 지부 내의 사람들은 위압감을 느꼈다.

그리고.

“중경 서림 지부도 흑도인들에 의해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입니다!”

“강서성 남창 지부는 물자가 모두 끊긴 상황입니다!”

“광서성 남녕 지부 일대에 흑도인 삼백 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엇? 하며 당황하는 사이에 어느새 성큼 마당을 넘어 안방까지 기어 들어온 흑도인의 태세에 무림맹은 기함했다.

아무리 그래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 사흑련이 이리 노골적인 행동을 취할 줄은 몰랐으니까.

긴장감이 팽배하던 무림맹의 침묵이 일순간에 깨져버리고 전쟁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혼란에 다들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전쟁…… 전쟁을 하는 겁니까?”

“사천에 다녀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디부터 가는 겁니까? 저희도 가야 하는 겁니까?”

물론 혼란에 빠진 이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어느 무리에나 혼란을 기회로 여기는 멍청이도 있는 법.

그들은 흑도인이 움직이자 기다렸다는 듯 분개하고 일어났다.

“우리 무림맹이 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거지! 당장 일어나서 만통부로 가자!”

“그래! 감히 총군사를 습격한 놈들이 암살에 실패하니 자신들의 흉계를 숨기려 이 난리를 치는 것이 분명하다. 절대 좌시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

“이 기회에 버러지 놈들을 강호에서 쓸어버리자!”

전쟁을 두려워하는 이들과 전쟁을 기다렸던 이들이 각기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나는 고민의 끝에 다다랐다.

전쟁이 터지면 담악이 있고 없음의 차이로 사흑련의 전력이 오르락내리락할 것이다.

담악을 빼내려면 지금이 기회이지만, 그를 빼내면 그는 전심전력을 다해 무림맹을 상대할 것이다.

어찌 보면 선택은 너무도 명약관화(明若觀火)

하다.

하지만.[강호란 원래 이런 곳이오?]

전생에 그가 내게 던진 질문이 지난 이틀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당서희에게 망각초를 좀 받을 걸 그랬다.

“강호란 어떤 곳인가라…….”

그때 내가 한 답변은 몹시도 이기적인 답변이었다.

그를 위한 것도 모두를 위한 것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한 것.

어쩌면 내게 이제야, 그 답의 책임을 질 때가 온 것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된 상황입니다.”

태을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객잔에 방문하여 그간 있었던 일들을 알려 주었다.

담악이 무림맹에 절대 자신의 상태를 발설하지 말라 이야기했지만, 태을문의 사람들에게까지 비밀로 하란 말은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담악을 위한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라도 태을문의 사람들은 상황을 알고 있어야 했다.

그간의 상황을 모두 전해들은 문주님과 아버지, 왕금산의 얼굴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한참의 침묵이 내전 안을 불편하게 메웠다.

맨 처음 말을 꺼낸 이는 왕금산이었다.

“일반적인 대답이라면 당연히 무림맹에 알려야 한다고 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도저히 모르겠군.”

고개를 저으며 말을 잇는 왕금산.

“사실 사흑련의 사절단이 다시 사흑련 본부로 돌아가고자 하는 건, 대외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는 행위이기도 하니까.”

아버지가 말을 보탰다.

“전쟁이 터지기 전이라면 저희가 돕는 게 가능하겠지만, 어디선가 격돌이라도 일어난다면…… 바로 반역 행위가 될 겁니다.”

아버지는 말을 이으며 나를 바라봤다.

“만약 흉수가 정도회이고 진짜 의도가 있는 행동이었다면, 태을문은 정도회를 적대하는 게 될 테니까요.”

마치 태을문을 끌어들인 책임을 질 수 있냐는 듯.

그때.

“이미 태을문은 정도회를 적대하고 있지 않나?”

“장주님!”

왕금산이 농담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나긴 침묵을 깨고, 낯선 외양의 문주님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어찌하는 것이 옳다 생각하느냐?”

목소리의 중후함이나 무게감까지 달라져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티 내진 않았다.

“저는…….”

“태을문의 사람을 걱정하며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소운이 네가 정녕 옳다 생각하는 바를 말해라.”

마치 내 속을 꿰뚫고 있는 듯 되물어 오는 문주님.

나는 잠시 호흡을 고르고 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는 혼자서라도 그를 도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라.

나는 전생에 담악에게 전하지 못했던 답을 이제야 말했다.

“그게 ‘정도’이고 ‘협의’니까요.”

낯선 문주님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그리고 입술을 움직인다. 한 점의 주저함도 없는 얼굴로.

“그렇다면 된 것 아니더냐.”

이런 답변이 나오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던 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낯선 문주님을 바라봤다.

그곳엔 어느새 낯익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나를 보고 있는 문주님이 있었다.

“네가 옳다 생각하는 바를 행하라. 그것이 태을문의 가르침이고, 주저 없이 실현하는 것이 태을문의 제자다.”

가슴속에서 울컥 무언가가 치밀어오른다.

감정의 요동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하지만 잘게 떨리는 어깨는 도무지 숨겨지지 않는다.

“흥! 내가 이래서 태을문을 못 끊는다니까.”

왕금산의 투덜거림에 문주님이 그를 향해 나직이 물었다.

“왕 장주, 이번 일은 왕가장의 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낮게 깔린 문주님의 목소리와 달리, 왕 장주는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하늘을 활공하는 수리처럼 거침없이 대답했다.

“강호에 그들이 있다면 천하엔 내가 있소. 이런 얄팍한 수단에 흔들릴 상단이었다면, 애당초 내 일평생을 바치지도 않았을 것이오.”

그걸로 모든 결정은 끝이 났다.

이제 크게 한 판을 벌릴 시간이었다.#결정이 난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고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는 것만이 이 사태를 더욱 키우지 않는 길이니까.

어른들과 작전을 정리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유흥가를 지나치는 와중에 한 무리의 인파 사이에서 날카로운 시선이 날아와 걸음을 멈추었다.

금양루에서 만났던 그는, 오늘도 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고급 장삼에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올린 상태였다.

어느 한 곳도 빈틈을 찾아볼 수 없는 중년의 남자는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

인사는 본래 어린 사람이 먼저 하는 거란 걸 배우지 못했는가.”

“아, 그렇습니까?”

나는 작게 목례했다.

“잘 못 지내셨길 바랍니다.”

청수진인 주변에 선 사람들이 미친놈 보듯 이맛살을 찌푸린다.

근데 솔직히 내 입장에선 이 인간이 더 미친 사람이라 정상적으로 대해줄 수가 없거든.

“어째 도사님을 수련장보다 유흥가에서 더 많이 만나는 것 같습니다.”

“삼라의 깨달음이란 결국 속세의 사람들 사이에 있는 법이니까.”

캬, 배운 재수탱이는 이런 맛이구나.

그런데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소정대 놈들의 똥내 나는 언변에는 안 되네, 안 돼.

“아무리 그래도 여인의 속살을 매만지며 깨달음을 추구하는 건, 쓰레…… 아니, 사도 아닙니까?”

청수진인의 얼굴이 처음으로 굳었다.

주변에 있던 이들은 대경하며 눈을 부라린다.

이, 이놈! 감히 누구에게!! 지금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씨벌, 입가 씰룩거리는 거나 좀 숨기면서 말하든가.

하여간에 속이 시꺼먼 놈들이라니까.

청수진인은 금세 화제를 바꾸었다.

“자네는 이 밤중에 어딜 그리 바삐 가는가?”

“저는 술과 여자가 함께하는 깨달음을 추구할 만큼의 경지는 아니라, 숙소로 돌아가서 달리기라도 하려고 말입니다.”

가시 돋친 내 말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청수진인.

그는 오히려 장삼을 조용히 사락거리며 내게로 한 걸음 다가섰다.

“어디 함께하겠나? 전에도 말했지만 자작은 사람을 초라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법이네.”

이어 그는 나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이들을 가리켰다.

“이들 중 한 사람만이라도 자네 사람으로 만들면, 자네의 삶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걸세.”

“그렇군요.”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전생엔 나한테 이런 똥꼬 빨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는데.

한편으론 자괴감도 든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건만 다가온 기회란 게 고작 똥꼬 빨기라니.

이게 출세라니.

“거절하죠.”

“인생을 바꾸고 싶긴 한데…… 남의 똥구멍까지 핥을 만큼 제가 비위가 좋지 않아서 말입니다.”

어느새 살짝 금이 가버린 유리 같은 청수진인의 얼굴.

나는 그의 얼굴을 지나쳐 주위를 돌아보며 덧붙였다.

“더구나 이 사람들…… 자기 뒤처리도 제대로 못 할 것 같은데. 여기까지 지린내가 나는데, 도사님은 비위가 참…… 좋으십니다.”

“이자가 듣자 듣자 하니까!”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결국 팔을 걷어붙이며 나서는 이들까지 생겼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먼저 덤벼주면 오히려 좋아.

시발, 내가 지금 눈에 뵈는 게 좀 없는 상태라서 말이야.

나는 되려 반갑다는 듯 그들에게 성큼 한 걸음 다가갔고.

퍼펑.

곧이어 무복이 부풀며 살기가 주위로 흩어지자 다가오던 이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고작 이 정도로 물러설 거면서.

참을 수 없는 조소가 삐져 나온다.

“거 보십쇼. 방금 지들이 한 말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는 놈들이 똥은 제대로 닦겠습니까. 도사님도 조심하십시오. 그렇게 빨다가 똥독 오릅니다.”

충분히 놀렸다 생각한 나는 그들을 지나 숙소 방향으로 걸었다.

그리고 그때, 청수진인으로부터 전음이 날아왔다.

-자네가 진식 안에 들어간 걸 알고 있네.

우뚝.

걸음이 멈춰지고 몸이 절로 돌아간다.

그 모욕을 당했음에도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청수진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게. 자네 하나의 목숨이야 괜찮다 해도 자네 사문의 사람들은 무슨 죄인가.

그렇게 말한 그가 인파 사이로 몸을 감췄다.‘……

이 개새끼가.’얼마나 자신감이 넘치는지, 자신들이 한 짓임을 숨길 생각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면 과대망상을 넘어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상태라고 봐야겠지.

그래도 다행이다.

전생에 진짜 천상천하유아독존이었던 용소아가 어떻게 치료(?)

되는지를 옆에서 미리 봐놔서.

아, 어떻게 치료했냐고?

방법은 간단명료하다.

대가리가 몇 번 깨지면 정신치료가 되더라고.

청수진인은 무당의 미래를 이끌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대가리를 깨 무당이 바뀔 기회를 만들어 내면…… 이거이거 장삼봉 조사가 내 꿈에 나타나 잘했다며 비기 하나라도 알려주지 않을까?

나는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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